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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상식을 풍부하게 해주는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 (펌)

2006. 10. 13. 댓글 개
와인 상식을 풍부하게 해주는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
한국에서 16만권 팔려… 작가 타다시 아기, “등장인물 토미네 잇세의 모델은 배용준”

와인을 소재로 한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원제 神の滴)’은 작년 11월 한국 상륙과 함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신의 물방울(글 타다시 아기ㆍ그림 슈 오키모토)’을 한국에 들여온 학산문화사에 따르면 9월 초 6권까지 발간돼 16만 부가 팔렸다.

특히 이 작품은 풍부한 와인 상식이 담겨 있기에 일종의 와인 참고서로 여겨지면서 일회용 만화책이 아니라 소장용 도서로서 더욱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신의 물방울’은 7권(한국어판은 9월 말 출시 예정)까지 나왔고 판매부수가 55만 부를 넘었으며 만화책 속에 등장한 와인이 모두 품절된 상태이다.

대만, 홍콩 등에서도 잇따라 출간되고 있는 ‘신의 물방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본의 최고 와인 평론가인 칸자키는 친아들인 시즈쿠와 양아들인 토미네 잇세에게 자신이 최고의 와인으로 생각하는 ‘신의 물방울’과 그 뒤를 잇는 품질의 와인 12가지, 일명 ‘12사도’를 밝혀내는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과 소장 와인을 모두 주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한다.

친아들 시즈쿠는 아버지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와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지만, 어릴 적부터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로부터 훈련된 엄청난 미각의 소유자다. 그와 경쟁하는 양아들 토미네 잇세는 일본의 유명한 와인 평론가이다. 유산을 놓고 두 사람의 흥미진진한 게임이 펼쳐지고, 작가의 해박한 와인 지식이 미사여구로 전해진다. 독자들은 ‘샤토 무통 로쉴드’ ‘샤토 몽 페라’ ‘ 부르고뉴 루쥬’ ‘리쉬부르’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와인을 마시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가상인물이지만 칸자키의 양아들로 나오는 토미네 잇세는 한국 배우 배용준을 모델로 그려졌다. 이는 저자 타다시 아기가 윤석호 PD의 작품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겨울연가’를 감명깊게 봤기 때문이다. 또 이탈리아 와인을 좋아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혼마 쵸스케는 실제로 도쿄백화점 와인숍에서 매니저로 근무중인 아투시 혼마를 모델로 했다. 그의 별명이 바로 쵸스케이고, 저자 타다시 아기와 와인을 함께 즐기는 친구이기도 하다.

‘신의 물방울’의 저자 타다시 아기(44)와 인터뷰를 하기까지는 와인이 숙성되는 시간을 기다리는 듯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연락을 받고도 일정을 정하는 데 1개월 이상이 걸렸다. 미국의 와인 산지인 캘리포니아 소노마 밸리 출장 때 만난 일본 와인수입회사 ‘FWINE’의 히로시 부사장의 도움으로 결국 작가와 인터뷰를 하게 됐다.

하지만 ‘작가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지 않는다’는 것과 ‘작업실을 보여줄 수 없다’는 조건에 동의해야만 했다. 자신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그다지 원하지 않았기에 한국과 일본을 막론하고 그의 사진이 공개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에도 옆모습 촬영에만 응했다. 그의 작업실은 도쿄 시부야역에서 지하철로 30분 정도 가면 나오는 키찌조오지라는 곳에 있었다. 지난 9월 5일 작업실 근처의 한 일식당에서 타다시 아기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인터뷰를 했다.

그는 마른 체격이었고 긴 회색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묶었으며 은색 안경을 끼고 있었다. 그는 필명으로 타다시 아기, 마기, 안도유마, 아오끼유야, 아리모리조지, SK Produce 등 6개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작품은 한국에서 ‘신의 물방울’ 이외에도 ‘사이코 닥터’ ‘캣 배커스’ ‘탐정학원 Q’ 등이 각기 다른 필명으로 번역, 출간됐다. 그는 10년 전 잡지사 편집장을 그만둔 후부터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신의 물방울’을 쓰게 된 계기는.

“개인적으로 와인을 너무 좋아하고, 와인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것은 완벽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천(天), 지(地), 인(人)의 절묘한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의 물방울’이 많은 독자를 와인의 세계로 이끄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와인을 하나씩 맛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책에 소개된 와인이 갑작스러운 인기를 얻어 가격이 급상승하는 일이 생기는 건 안타깝게 생각한다.”

-언제부터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나.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와인을 마셨다. 본격적으로 와인을 수집한 지는 10년 정도 됐다. 약 2500병을 소장하고 있다. 이를 보관하기 위해 조그마한 집 하나를 따로 빌렸고, 에어컨으로 온도를 조절해서 큰 와인셀러(와인 저장고)처럼 사용한다.”

-작품 속 최고의 와인인 ‘신의 물방울’이 어떤 것인지 이미 정해져 있나.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인가.

“‘신의 물방울’이 어떤 와인인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라기보다 작품 속 캐릭터에 맞춰진 와인이다. 1권부터 차분히 읽어 본다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중간 중간에 ‘신의 물방울’에 대한 암시와 힌트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 다음 서열의 와인을 나타내는 ‘12사도’는 어떻게 정했나.

“12사도의 대부분을 이미 정했지만 집필 중에 더 훌륭한 와인이 나온다면 추가할 수 있다.”

-주인공 시즈쿠가 명주실처럼 가늘게 와인을 디캔팅(decanting·병 속에 담는 와인을 디캔터라는 바닥이 넓고 주둥이가 긴 투명한 유리병 혹은 크리스탈병에 옮겨 담는 것)하는 모습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그런 실력을 가진 사람이 있나.

“일본 소믈리에(와인 감별사) 경연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샤토라는 사람이 대회장에서 화이트 와인을 명주실처럼 길게 디캔팅했다. 그는 롯폰기에 있는 와인 레스토랑 주인이다.”

-‘신의 물방울’이 TV 드라마로도 제작되나.

“아직은 논의 단계다. 드라마 제작은 책이 모두 완성되었을 때나 가능하다. 책이 완성 되려면 최소 3년, 최대 5년이 걸린다. 이후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와 함께 작업실로 향했다. 유럽풍의 단독주택이었는데, 나무로 만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오른편에 작업실이 있었다. 책상을 방 한가운데에 두었고 주변은 책으로 가득했다. 2층으로 연결되는 한쪽 벽면에는 모두 만화책이 꽂혀 있었다.

홈시어터 시설을 갖춘 지하는 가족, 친구들과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었다. 책에서 소개됐지만 지금은 품절 상태인 와인 한 병을 선물로 받았다. 그것은 프랑스 론(Rhone) 지방의 와인으로 소박하고 묵직하면서 스테이크와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는 샤토 생 콤(Chateau Saint Cosme)이었다.

도쿄=최성순 와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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