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달 애커 메럴 & 콘디트 와인 경매장에서 진행자가 망치를 두드렸다. “1959년산 동페리뇽 로제 두 병, 8만4700달러에 낙찰됐습니다.” 병당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4425만원. 그동안 와인 경매에서 다소 저평가됐던 샴페인이었기에 기록적인 가격이었다.
세계 각국이 경기 침체로 고전하지만 유독 불경기를 모르는 곳이 있다. 와인 경매장이다. 200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와인 경매는 매년 큰 시장이 설 때마다 세계 부호들이 몰려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와인 경매가 처음 시작된 런던과 뉴욕에선 최근 4∼5년 전부터 경쟁적으로 최고급 와인 경매를 유치하고 있다. 3월에는 파리에서도 에르미타주 라 샤펠 한 병이 1만4512유로(약 2400만원)에 팔리는 등 최근에는 와인 종가 프랑스에서도 경매가 활발하다.
와인 경매 시장에서는 주로 프랑스산 최고급 샤토 와인에 시선이 집중된다. 보르도와 부르고뉴 외에 요즘은 코트 드 론 지방 와인과 샴페인까지 인기다.
와인 가격은 어느 샤토의 것인지와 빈티지·소유주·보관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특히 누가 갖고 있던 것이냐에 따라 프리미엄이 크게 달라진다. 지난해에는 보르도 5대 샤토 가운데 하나인 무통 로실드 오너가 내놓은 무통 로실드 45년산 1병이 31만700달러(약 3억24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처럼 와인 가격이 뛰는 이유는 확실한 투자가치 때문이다. 3일 일간 르 피가로에 따르면 보르도 명품 와인인 샤토 슈발블랑 2005년산의 경우 2년 전 550유로였지만 지금은 900유로를 훌쩍 넘는다.
연간 50%에 가까운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인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평론가와 소믈리에들이 최고로 인정하는 1982년과 2005년산 등 빈티지 와인은 품귀 현상마저 빚고 있다.
아시아의 큰손이 움직이는 것도 와인 경매 붐의 이유라고 한다. 파리 고가 와인 매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본·중국·한국의 부자들이 명품 와인을 사들인 뒤 다시 시장에 내다 팔고 있어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식사 때 음료수처럼 마시기 때문에 저가 와인 위주로 팔리는 프랑스에서도 최근에는 구매 경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기관 이폽(IFOP)에 따르면 프랑스 와인 구매자의 16%가 와인을 재산 취득 또는 투자의 목적으로 산다고 밝혔다. 프랑스 최고 상류층에서나 있던 일이 대중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와인 경매가 와인 시장의 거품을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르 피가로는 “최고급 샤토의 최고 빈티지 위주로 거래가 활발하다 보니 품질 대비 가격이 일부 품목에서만 급등한다”고 보도했다. 최고급 샤토와 빈티지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같은 가격에 더 맛 좋은 와인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 소믈리에 대회 챔피언인 필리프 포르 브락(48)은 “와인은 보관만 잘 하면 100년이 지나도 향과 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와인이 경매 등으로 지나치게 상업화돼 가격이 너무 올라가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없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출처: 인터넷 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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