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2006-12-07 22:48] | ||
이런 사람은 절대 창업하지 말라 -와인에 대해서만 안다 -지인을 고객으로 착각한다 -큰돈 벌겠다고 달려든다 삼청동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바 ‘까브(Cave:프랑스어로 깊은 동굴, 포도주 저장 지하창고를 뜻함)’는 7시만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와인 애호가들이 찾아든다. 지하의 와인 저장 창고를 본떠 만든 이곳은 내추럴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치 프랑스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다 보니 유럽 문화를 아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내부 한쪽 벽면에 200여 종의 와인이 진열되어 있다. 이 중에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접하기 힘든 귀한 와인도 있다. 한쪽 구석에 눈을 돌리니 커다란 바위가 눈에 띈다. 인공 바위가 아닌 건물 뒷산에서 연결된 바위로 실내에 자연미를 물씬 풍기게 해 준다.
경영자 ‘전문 지식은 필수’ 7년째 까브를 운영하고 있는 민병석 사장은 전에 프랑스 레스토랑 요리사로 6년 간 일을 해왔다. 요리를 하면서 와인을 접하게 되었고 와인의 깊은 맛에 매료돼 와인 전문가가 되었다.
민 사장은 “와인은 하나를 알면 열 가지가 나온다”며 “유럽의 문화와 역사가 총 결산된 한국의 숭늉 같은 존재로, 음식과 곁들여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와인 전문가도 요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
그는 일본 와인 전시회에 갔다가 와인 숍에서 새 와인이 출시되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와인을 사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 와인 바를 운영하기로 결심. 2000년 와인 130종과 인테리어, 보증금 합해서 총 1억원도 안 되는 저렴한 자금으로 와인 바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와인 바를 운영하려면 와인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민 사장은 처음엔 책으로 공부를 시작. 와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필요해 중앙대 사회교육원 와인 컨설팅에 등록했다. 당시 와인에 대한 전문서적은 물론 교육기간은 거의 없었다.
현재는 다양한 와인 전문 서적과 논현동, 종로 등 많은 학원들이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WEST 와인 전문 교육기간도 들어와 있다.
와인 바도 특색을 갖춰야 당시 와인 전문 바는 강남에 몇 군데 뿐. 사람들은 와인에 대해 잘 몰랐다.
“요리경력 6년에 아는 지인도 많고 ‘나만 잘하면 손님이 올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큰 오해였다. 주위 지인들이 와서 와인을 마셔주는 것도 한 달을 못 넘겼다. 한 달이 되니 손님이 뚝 끊겨버렸다.”
장사를 하다 1년째 손익분기점이 맞지 않으면 접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한 채 민 사장은 와인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가게를 접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가게에 특징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와인과 치즈만으로는 무리였던 것이다. 가게만의 특색을 살려야 했다.
“한번은 남미에 가서 밤에 파티를 하는데 모닥불 옆에서 양과 염소 고기에 와인을 곁들여 먹은 적이 있다. 최고의 맛을 느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비큐다. 당시 한국에는 바비큐를 하는 집이 없었다.”
민 사장은 지하 바에 환풍기 공사를 하고, 바비큐 굽는 기계를 중앙시장에 가서 주문했다. 뭐든 살 수 있다는 중앙시장이었지만 당시 바비큐 굽는 기계는 없었던 것. 그리고 손님을 끌기 위해 클래식 기타 연주자를 섭외했다. 5년째 까브에는 기타 연주 소리가 흘러 나온다. 또한 나름대로 언론 등에 마케팅을 펼쳤다. 이제는 잡지나 언론에서 많이 찾아온다고.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 와인 바는 보통 단골과 모임 위주의 컨셉트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요즘은 와인에 대한 전문가도 많아졌다. 와인을 처음 마시는 사람이든 까다로운 사람이든 와인을 손님 취향에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민 사장은 “이 음식과 이 와인을 함께 곁들여 먹어야 더 맛이 난다”라며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 설명을 곁들인다. 와인을 맛있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그만의 노하우다.
“와인은 음식과 분위기가 잘 어울려져야 제 맛을 낸다.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유럽의 와인 바는 테이블도 작고 옆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누며 특정한 형식 없이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잔 또한 따지지 않는다. 고급 와인 바 문화는 일본에서 전해온 것이다.”
와인 바에 가서 수많은 와인리스트를 보면 주인의 색깔이 나온다. 보통 주인 취향에 맞추는 경향이 있긴 하나 그러면 ‘오래 못 간다’는 게 민 사장의 의견이다.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 주인이 맘에 안 들어도 손님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까브는 주로 프랑스 이탈리아 와인을 취급하는데 2003년도부터 칠레 붐이 일어 하루 종일 칠레만 판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땐 민 사장은 손님에게 다양하게 와인을 권해 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직거래 : 도매상 = 6 : 4가 적당 와인 바를 운영하기 위해 고급스럽고 다양한 장비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 보다 효율적인 운영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와인은 15~18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만 심한 편차가 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적당한 습도와 빛을 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 까브는 지하 저장온도가 4계절 내내 일정한 편으로 와인을 보관하기 적당하다. 민 사장은 와인셀러에 고가제품 위주로 와인을 보관해 놓고 나머지는 벽에 진열해 놓았다. 고가(高價) 와인셀러를 사는 비용을 던 셈이다.
또한 그만의 유통과정을 통해 와인을 거래하고 있다. 국내 라이선스 와인수입회사는 200여 개에 이른다. 그 중 주 수입원(좋은 와인 취급하는 곳)은 40∼50개정도다. 까브는 이 중 10군데와 거래하고 있다.
6군데 와인수입회사와 직거래하고 있으며, 4군데는 종합 주류 도매상, 와인 전문 도매상과 거래를 하고 있다. 도매상을 통하면 10%의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와인회사와 직거래를 하는 것이 좋지만 다양한 와인을 받기 위해서는 도매상이 편리하다. 그래서 6대4 비율로 거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와인 바를 처음 운영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회사랑 직거래를 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도매상으로 시작하면서 노하우가 생기면 직거래를 하는 것이 좋다.
보통 와인 바는 낮에는 차와 음식을 팔고 저녁에는 와인을 파는데 낮에 와인 바에는 손님이 많지 않다.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저녁에 집중해서 와인 바를 운영하고 낮에는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좋다. 이것도 민 사장의 운영 방식이다.
민 사장은 “많은 돈을 번다는 마인드로 와인 바를 운영하는 것은 위험하다. 와인과 사람, 음식을 좋아하고 함께 즐길 줄 알아야 하며 와인과 함께 병행할 수 있는 새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현주 기자(chj@ermedia.net) |
와인 바 사장이 말하는 경영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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