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샤또 칼롱 세귀 1994년

2007. 2. 1. 댓글 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전 모 총장님 자리에서 오픈된 샤또 깔롱 세귀94년산!
디카가 없어서 대훈이 폰카로 찍었는데 10일이 넘어서야 메일로 받았다..^^ 일단 쌩유~
시음을 해본 저의 짧은 생각은 멀롯의 비중이 20%정도 되어서인지.. 첫인상이 아~ 부드럽다란 느낌! 물론 10년이 넘어서 빛깔도 테두리가 확연히 벽돌색깔로 변했으며 연인들의 기념일인 발렌타인데이때 주로 등장할 만한 그런 느낌이였다... 여자들도 부담없이 즐길수 있을것 같았다. 어떤 과일향인진 아직 모르겠지만 어떤(?)과일향이 베어 있었고 먼지냄세(?) 아니면 고등학교때 운동장을 단체로 구보할때 그 먼지/흙날리는 냄세 같은것도 느껴졌다.
암튼, 나의 깔롱에 대한 느낌은 신의 물방울 버전으로 하자면..^^
날씨 맑은날 마른흙 냄새가 느껴지고 앞마당엔 과일 나무가 있는 시골 초가집인데 아무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집과 할머니가 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 집과 할머니에겐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뭔가가 있다. 흔들리지 않는 할머너만의 꽉찬 느낌 힘없어 보이지만 이 초라한 집에선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의 할머니.........

서론이 넘 길었다. 깔롱을 이야기 할땐 쌩떼스떼프를 이야기를 좀 해야 한다.

생떼스떼프는 메독의 주요 4대 마을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1등급 와인은 하나도 없고, 2등급 중에서는 꼬 데스뚜르넬이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그 뒤를 잇는 와인들이 2등급인 샤또 몽로즈(Ch. Montrose), 3등급의 샤또 깔롱 세귀(Ch. Calon Segur) 등이다. 깔롱 세귀는 생떼스떼프 마을 북쪽 바로 위에, 몽로즈는 마을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두 샤또 모두 지롱드 강에서 가까운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더 이야기 하자면 4등급의 라퐁 로쉐와 5등급의 꼬 라보리도 있다. 이들이 1등급빼고 2등급부터 5등급까지 생떼스떼프에서 유명한 그랑크루 와인들이다.
 


여기서 고형욱씨의 글을 잠시 인용해서 나의 짧은 지식을 커버할련다.

깔롱 세귀는 보르도 와인의 신이라 불리던 니꼴라 드 세귀의 소유였다.

그는 현재의 특등급 와인인 라피뜨 로쉴드와 라뚜르, 무똥 로쉴드, 드 뻬(de Pez) 등의 와이너리들과 함께 깔롱 세귀까지 동시에 소유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깔롱 세귀는 세귀 후작이 남긴 말 때문에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와인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유명한 이야기다. 세귀 후작은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라뚜르와 라피뜨에서도 와인을 만든다. 그러나 내 마음은 깔롱에 있다. (butmy ‘heart’ is in Calon)” 도대체 세귀 후작이 특등급 와인보다도 더애정을 쏟았던 깔롱 세귀는 어떤 와인일까.

이름부터 소유주였던 세귀 후작의 이름을 그대로 붙였다. 깔롱은 지롱드강에서 목재를 실어 나르던 작은 나룻배를 지칭하는 단어라고 한다. 어원은 ‘나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라벨에는 성의 정경을 스케치한 그림이 들어가 있다. 안정적인 구조로 지어진 2층 높이의 성, 그 주변은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다. 성 앞에는 포도나무들이 가지런히 심어져 있고, 철새들이 하늘을 날고 있다. 별다른 꾸밈없는 소박한 그림이다. 80년대 라벨의 그림은 에칭 판화처럼 디테일한 선들이 살아 있었는데, 90년대의 라벨은 목탄화처럼 따뜻한 느낌이 살아 있다. 그림 아래 깔롱 세귀라는 이름과 마을 이름이 담긴 ‘하트’가 그려져 있다. 바로 이 하트가 세귀 후작이 얘기했던 그의 마음이다. 라벨은 이 하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소유주였던 세귀 후작의 마음을 이어받아 불멸의 존재가 된다. 하트 때문에 일본 같은 경우는 발렌타인 데이 때 깔롱 세귀를 선물하는 게 유행이었다고 한다. 라벨에 그려진하트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마음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깔롱 세귀를 마시다 보면 먼저 감수성이 넘친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생떼스떼프 와인으로 베리 종류의 과실 향, 흙 냄새 비슷한 대지의 향기가물씬 풍긴다. 견고하면서 꽉 짜인 듯한 맛이다.

1999년의 경우 Cabernet Sauvignon 60%, Merlot 20%, Cabernet Franc 20%가 사용된다.메를로 포도의 비율의 높아서 맛이 한결 부드럽다. 강함보다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온유하게 온몸으로 퍼지는 와인의 향기와 맛, 빠르지 않은속도로 깔롱 세귀는 자신의 맛을 천천히 발한다. 와인을 마시다 라벨을 들여다보면 세귀 후작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내 마음은 깔롱에 있소.”



[덧글]
여기서 그럼 2등급인 샤또 몽로즈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고형욱씨의 글을 통해서 알아보자.


몽로즈는 보르도의 다른 와인에 비하면 역사가 짧은 와인이다. 그래서 와인에 관해서는 대체로 정확한 기록들이 남아있다. 20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겨우 세 집안에서 몽로즈를 소유해 왔다. 몽로즈를 거쳐간 세 집안의 이름이 몽로즈의 맛을 창조하고 발전시켜 온 것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데스물랭(Desmo-ulins) 가문. 1700년대 말 지금의 몽로즈 포도원 땅을 산 데스물랭 집안은 1815년 성을 짓고, 첫 번째 포도나무를 심었다. 몽로즈 와인 역사의 시작이다. 첫 나무를 심은 지 40년이 지난 1855년, 그랑 끄뤼 와인으로 분류되었으니 짧은 시간에 큰 개가를 이룬 셈이다. 1886년 몽로즈는 마띠유 돌퓌스(Mathieu Dollfuss)의 손으로 넘어간다. 그는 성을 증축하고 셀라를 만들었는데, 그 셀라를 지금까지도 쓰고 있다. 또한 이윤을 고용인들에게 분배하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현대적인 경영을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30년 후 루이 샤몰루(Louis Charmolue)가 새 오너가 된 후 지금까지 몽로즈의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몽블랑(Montblanc)이 하얀 산이니, 몽로즈를 ‘장미 산’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장미빛이 화려해 보이지만 몽로즈의 맛은 그와는 정반대의 지평에 있다. 몽로즈는 생산된 지 최소한 10년은 지난 후 마셔야 제 맛이 나는 와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소유주인 루이 샤몰루의 경우는 최상의 상태에서 40년 정도 숙성시켜야 가장 클래시컬한 몽로즈의 맛이 나온다고 믿었다.

그런 강건함의 표시일까, 몽로즈의 라벨은 강한 남성적인 분위기가 넘친다. 기사의 투구와 방패가 가운데 놓여있고, 한 쪽에는 용맹스러운 사자, 다른 한 쪽에는 날개를 펴고 서 있는 괴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지금은 그 디자인 위에 ‘1855년부터 그랑 끄뤼’였다고 적혀있지만, 예전에는 와인 전시회에서 수상한 경력들을 적어 놓았었다. 샤또 몽로즈라는이름과 빈티지 아래에는 소유주의 이름이 크게 적혀있다. 소유주의 이름이 이렇게 크게 적힌 이유는 그만큼 몽로즈라는 와인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리라.


몽로즈는 맛이 깊고 원숙하다. 80년대 후반에 생산된 빈티지라면 지금 마시기에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농익은 맛을 낼 것이다. 색깔은 검은빛이 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짙다. 향도 블랙베리 같은 과실 향을 연상시킨다. 같은 포도주지만 이렇게 짙은 느낌만으로 구성이 될 수 있을까 싶다. 다른 와인에 비하면 몽로즈는 무겁고, 짙으며, 강하다. 포도는 까베르네 소비뇽 65%, 메를로 25%, 까베르네 프랑 10%로 구성되어 있다.

언젠가 1966년 산, 내 빈티지의 그랑 끄뤼 와인을 처음으로 마신 것도 몽로즈였다. 30년이 넘도록 굳게 닫혀 있다가 자기와 같은 해에 태어난 이의 손에 의해 열리는 건 어쩌면 와인의 행운이다. 모든 와인은 한 번 열릴 뿐이지만 자기에게 애정을 쏟아주는 손길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느릿느릿 열린 몽로즈 한 병은 시간이 오래 지난 탓인지 여느 몽로즈처럼 짙은 색깔을 지니고 있지는 못했다. 색은 약간 붉은 빛으로 바래 있었지만 그래도 오래된 와인의 원숙미를 충분히 드러낸다. 입안으로 온몸으로 스며드는 오래된 와인의 향기. 그 향기는 약간은 눅눅하면서도 묘하게 자극적이다. 약간의 흙 냄새와 오래 숙성된 냄새가 동시에 번진다.


[고형욱님의 글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으나 추가 금액 없이 구매 가능합니다

◀ 댓글 ▶